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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이 적게 먹어도 살찌는 이유 《10퍼센트 인간》 리뷰
    책 리뷰/과학 2021. 5. 22. 21:24

     

    계기

    우연히 대변이식술을 먼저 접하고 신기해하고 말았는데 이후에 우울한 것도 장이 영향을 많이 끼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교보문고에서 제목만 보고 이게 대체 무슨 책일까하고 목차를 보고 내가 궁금해 했던 내용이 있어서 읽어보게 되었다.

     

    내용


    2000년 6월, 인간 게놈 프로젝트를 통해 DNA염기서열 정보를 모두 알아냈다.

    모두가 엄청난 의학 발전이 있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보다 일반적인 질병의 원인에 대해서는 기대한 만큼 밝혀내지 못했다.

    특정한 유전자 변이를 가진다고 해서 바로 해당 질병으로 이어지는 것이 극히 드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또 다른 중대한 게놈 프로젝트가 발족했는데 바로 ‘인간 미생물군 유전체(마이크로바이옴) 프로젝트’다.

    이것은 인간이 지닌 미생물총의 게놈을 분석해 우리 몸속에 어떤 미생물들이 서식하는지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계획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대중에게 임팩트를 주지 못했지만 실제로는 아주 중요한 정보들을 담고 있었다.

    이 프로젝트에서 지원자의 미생물을 채취 분석한 결과 인체는 과학계의 완전히 새로운 미생물 신종과 변종의 보고였던 것이다.

    게다가 인간이 지니는 미생물 세트는 모두에게 똑같이 복제되어 장착된 것이 아니었다.

    모든 사람에게 공통으로 발견되는 박테리아는 거의 없다. 결국 개인은 지문만큼이나 고유한 미생물 집단을 소유한다는 것이었다.


    이 미생물이 왜 그렇게 중요할까?

    예를 들어 소의 경우, 자기가 가진 유전자만 가지고서는 풀처럼 섬유질이 많은 먹이로부터 아주 소량의 영양분밖에 얻지 못한다.

    풀을 소화하려면 세포벽을 이루는 질긴 분자들을 끊어낼 수 있는 특별한 효소가 필요하다.

    그런데 소가 진화를 통해 이 효소의 유전자를 얻으려면 얼마나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

    따라서 풀에서 양분을 추출하는 능력을 갖추는 가장 빠른 방법은 외부 전문가, 즉 미생물에게 임무를 맡기는 것이다.

    미생물은 한 세대가 돌아오는 시간이 빨라 돌연변이 진화로 인한 적응에 용이하다.


    사람의 몸도 미생물로 뒤덮여 있는데 그 중 읽고 깜짝 놀랐던 부분을 소개하려 한다.

    사람의 소화기관 중 우리가 흔히 쓸모 없다고 생각하는 충수(맹장)가 바로 그것이다.

    충수염이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질병이고 어린 개체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면, 자연 선택에 의해 재빨리 도태되었어야 한다.

    하지만 충수는 사라지지 않았고 온갖 미생물의 보고로 밝혀졌다.

    충수의 역할은 치명적인 장염으로 장내 미생물 환경이 파괴되었을 때 충수에 있던 미생물들이 장내 미생물을 다시 조성하는 것이다.

    이런 이점 때문에 충수는 도태되지 않는 게 아닐까하고 저자는 추측한다.

    (+현대 선진국에 사는 사람도 성인이 될 때까지는 충수를 가지고 있는게 좋다.

    수시로 재발하는 장염, 면역기능 장애, 혈액암, 일부 자가면역 질환이나 심지어 심장 마비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이 미생물들은 어디로부터 오는 것일까? 바로 우리 어머니에게서 물려받는다.

    여성의 질과 항문은 상당히 가까이에 위치해 있다.

    지금은 출산을 할 때 위생을 위해 관장을 하고 분만하지만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어머니가 자신의 미생물 총을 아이에게 물려주는 것이다.

    실제로 제왕절개를 한 아이들이 자가면역 질환이나 여러 질병 등에 더 잘 걸리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미생물 총은 모유로도 아이에게 주어진다. 그래서 분유를 먹은 아기와 모유를 먹은 아이의 건강 상태가 달라지는 것이다.)


    이처럼 미생물은 뗄래야 뗄 수 없는 존재다. 하지만 이런 미생물 환경을 파괴하는 주범이 있으니 바로 항생제다.

    항생제는 물론 많은 이의 목숨을 구했다. 하지만 이런 항생제의 효능 때문에 항생제는 굉장히 남용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그렇다. 한국은 모르겠다.)

    항생제는 치명적 병원균도 죽이지만 우리에게 이로운 미생물도 죽인다.

    항생제가 휩쓸고 간 몸은 안 좋은 균들이 자리 잡고 빠르게 번식해 나간다.

    내가 가장 충격을 받았던 이야기는 자폐증이 항생제 남용으로 생길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난 여태까지 자폐증은 유전적 요인으로 생기는 줄로만 알았다.

    실제 잘 발달하고 있던 아이가 중이염으로 항생제를 장복하고 자폐증에 걸린 마음 아픈 사례가 나왔다.

    저자 역시 항생제가 보급되던 시기와 자폐증 발생률을 연구했더니 매우 의미심장한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알러지, 비염 등의 자가면역 질환처럼 우리가 21세기 질병이라고 부르는 것들에 유의미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과민성 대장증후군과 심지어 비만까지도!

    비만의 위험성은 사실 굳이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그래서 각국에서 비만율을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조사해본 결과 섭취하는 칼로리는 과거보다 줄어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비만율은 점점 올라가고 있다. 사람들이 게을러서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적게 먹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보면 많이 먹어도 마른 사람이 있는가하면 분명 적게 먹는데 살이 빠지지 않는 사람이 있다.

    이는 아마 비만인의 장내 미생물이 음식의 영양분을 많이 섭취하는 환경일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음식의 칼로리가 500kcal라고 하면 모두에게 다 그만큼 흡수가 되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는 430kcal를 흡수하고 누군가는 530kcal를 섭취하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단 음식을 좋아한다면 당신의 장내 미생물은 당분을 많이 분해하는 미생물들로 이루어져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미생물들은 당신이 케이크 앞으로 가도록 당신을 조종한다.


    그렇다면 장내 미생물을 변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마 유산균에 대해 많이 들어보셨을 거다.

    보통 유산균은 1억마리 정도가 들어 있다고 하는데 사실 장내 미생물은 1조 가까이 있으므로 이 유산균은 오합지졸에 불과하다.

    그래도 안 먹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이왕이면 마리 수가 많은 것으로 고르시길.

    그리고 유산균과 이 유산균이 좋아하는 먹이를 많이 먹는 것이 좋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들로 식단의 변화를 주는 것이 최우선이다. (식이섬유를 내가 소화하는 게 아니라 미생물이 분해한다는 것에 또 놀랐다.)

    장 질환이 심각한 사람은 대변이식(오픈바이옴)을 통해 질병을 떨쳐낸 사람들의 사례도 나온다. (심지어 대변은행도 있다!)


    이렇게 미생물이 얼마나 중요한지 간략하게 요약해봤다.


    소감

    이 책을 읽었을 때, 정말 이렇게 각 장마다 충격을 받은 건 처음이다.
    정말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장 때문에 내가 우울하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한다는 건 알았지만 정말 새로운 사실들로 넘쳐나는 책이었다.
    제 2의 뇌라는게 과장이 아니었다.
    책도 어렵지 않게 쓰여있고, 사례들도 너무 흥미로워서 굉장히 재밌게 읽었다.
    이 책이 더 흥했으면..
    당신의 장내 미생물이 당신을 행복하게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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