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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균적인 인간은 없다. 《평균의 종말》 리뷰
    책 리뷰/인문학 2021. 5. 23. 10:00

    계기

    사실 나는 대학교도 중퇴해서 사회에서 봤을 때 평균이하의 사람일 것이다.
    그런데 평균적인 인간이라는 것이 잘못된 과학적 상상이 빚어낸 것이라고 하니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걸까 궁금해서 읽게 되었다.



    내용


    굉장히 흥미로운 한 이야기로 책은 시작한다.

    1940년대 말, 미국 공군은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당시 제트엔진 항공기가 도입되면서 비행 속도가 빨라지고 비행 방식도 복잡해졌다.

    언제 땅바닥으로 추락하게 될지 모른채 비행을 했고 최악의 순간에는 단 하루 동안 17명의 조종사가 추락을 겪었다고 하니, 보통 문제가 아니었다.

    정부에서는 이와 같이 전투로 인한게 아닌 추락을 사고와 변고로 규정하고 조종사의 과실이라고 치부했다.

    기체 자체에는 오작동이 전무하다시피 했으니 이는 타당한 말인 듯 했다.

    수차례 조사에서도 해답을 얻지 못하자 조종석의 설계로 관심을 돌렸다.

    당시 조종석은 1926년도의 남성 조종사 수백 명의 신체 치수를 잰 뒤 이 자료를 기준으로 조종석 규격을 표준화했다.

    이것을 30년이 넘도록 사용해왔는데 혹시 그동안 조종사의 체격이 커진건 아닐까하는 의문을 갖게 되었고,

    공군에서는 새롭게 신체 치수를 측정하기 위해 사상 최대 규모의 조사가 시행됐다.

    그로써 1950년에 4,000명 이상의 조종사들을 대상으로 (무려)140가지 항목의 치수를 측정한 뒤 평균 치수를 산출했다.

    수정된 조종석으로 추락사고가 줄어들 것이라고 거의 모두가 믿었다.

    그런데 신입으로 들어온 과학자가 과연 평균치의 조종사들이 몇 명이나 될까하는 의문을 가졌다.

    그는 140가지 항목 중 조종석과 가장 관련이 있을 것 같은 10가지 항목을 골라 4,063명의 치수와 평균치수를 대조해봤더니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0명이었던 것이다.

    항목을 3가지로 줄여도 평균치에 드는 조종사는 3.5%밖에 안됐다. 논의의 여지없이 평균적인 조종사는 없었던 것이다.

    결국 공군은 조종사 개개인의 신체에 맞출 조종석을 만들라고 엔지니어를 다그쳤고 이에 탄생한 것이 지금 우리 자동차에도 있는 조정가능한 시트이다.

    이처럼 평균적인 인간을 바탕으로 삼아 설계된 시스템은 실패하기 마련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물론 평균이 쓸모없지는 않고, 서로 다른 두 그룹을 비교할 때는 유용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의 조종사, 배관공, 의사, 교사, 종업원을 채용할지 말지를 결정해야 하는 거라면 평균은 쓸모가 없다.

    심지어 평균이 개인의 가장 중요한 면모를 보지 못하게 방해하기도 한다.

    그것은 치료를 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같은 병에 걸리더라도 치료는 개개인의 특성에 맞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 흐름이 세포생물학자, 종양학자, 유전학자, 신경과학자, 심리학자들이 개개인학의 원칙을 채택해 근본적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럼 도대체 이 평균의 인간이라는 환상은 어떻게 시작된걸까?

    1800년대쯤의 천문학자들은 개별적 측정값 전체에 걸쳐 축적된 오류값은 평균 측정값을 통해 최소화될 수 있다고 믿었다.

    케틀레는 인간의 평균을 해석하며 이런 생각을 적용시켰고 심지어는 평균적 인간이 보편적 원형이고 나머지는 결함이 있는 모사작이라고 주장했다.

    케틀레의 개념은 점점 혼란이 가중돼가는 인간 통계 분야에 반가운 질서를 부여하는듯했을 뿐만 아니라 타인을 정형화하고 싶은 인간의 본능에 정당성을 주었다.

    그 후 있는 집 자식이던 프랜시스 골턴이라는 인물이 영국이 급추락한 원인을 하층민의 지위 상승이라는 주장과 함께 평균 이상을 우월층, 평균 이하를 저능층이라고 칭했다.

    게다가 우월층은 모든 분야에서 잘할 것이라고 했으며 저능층은 모든 분야에서 떨어질 것이라고 했지만 그건 사실과는 달랐다.

    아이들은 각기 다른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냈지만 골턴을 비롯한 상류층은 그 사실을 애써 무시하고 우월층 논리를 퍼뜨렸다.

    후에 등장한 프레더릭 윈슬로 테일러라는 단 한 사람에 의해 평균에 따른 계층적 인간이라는 개념이 퍼지게 되었다.

    이 사람은 당시 제각각이던 노동 환경을 비효율의 극치라고 생각해 모든 업무를 규율화하고 매뉴얼을 만들어 배포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이라도 예상치만큼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고안된 시스템을 적용했다.

    이 시스템은 그 즉시 자본가들의 마음에 쏙 들었고, 그때부터 기계적 노동 환경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심지어 전국 곳곳의 학교에서 아이들이 산업체 업무를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는 근로자로 성장하도록 구조를 과학적 관리를 바탕으로 재편했다.

    모든 것을 철두철미하게 평균 중심으로 표준화하기에 나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미래의 직장생활에 정신적 준비를 갖추게 하려는 차원에서 공장의 종을 흉내 낸 학교 종을 도입하기도 했다.

    이런 시대 속에서 골턴의 영향을 받은 손다이크는 학습이 더딘 학생들에 대해서는 가능한 신속하게 자원 투입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학생들을 우등생과 열등생으로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학생 등급화 시스템을 세우는 데 일조했고,

    그래서 탄생한 것이 표준화 시험이다.

    손다이크는 성적 상위층이 어떤 직업을 택하더라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대학에서도 표준화 시험 점수를 참고해야 한다고 믿었다.

    손다이크의 목적은 표준화된 학생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재능에 따라 분류하는 것이었고, 21세기의 교육 시스템은 정확히 그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졌다.

    따라서 교육 시스템이 망가졌다고 주장하는 여러 석학, 정치인, 사회운동가의 지적과는 반대로 애초 구상에서 효율성을 최대로 추출해냈다.

    교육 시스템 뿐만 아니라 노동 환경에서 역시 등급화가 이루어졌고, 기계적인 노동 환경에 더해 심화된 경쟁에 내몰렸다.

    이 등급화된 시스템 하에선 새로운 아이디어나 창의성이 보이기 힘들다. 실패할 경우 등급이 떨어지니 그것을 감수할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따라서 평균주의는 우리의 사고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제한된 패턴에 따르도록 유도한다.

    이제 대다수 기업은 이 테일러주의를 극찬하며 따랐다가 점점 하락해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평균 이상에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 개개인에 집중하는 것이다. 코스트코, 조호, 구글, 애플, 모닝스타 같은 기업들이다.


    하지만 개개인이 평균을 참고해야만 평가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진 사회에서 어떻게 개개인성을 활용할 만한 조건을 구축할 수 있을까?

    그것은 본질주의 사고를 부수고 인간의 재능이 다차원적임을 인식하는 것이고, 종합 후 분석이 아니라 분석 후 종합하는 것이다.

    아마 사람은 상황에 따라 다르게 행동한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타고난 본성에 따라 다르게 행동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둘 다 아니다. 많은 학생들을 다양한 상황에 처하게 했는데 모두가 다른 방식으로 행동했다.

    예를 들면 이렇다. 학생들에게 다양한 상황에서 시험을 보게 한 후 다양한 방식으로 채점하게 하는 것이다.

    시험지를 집에 가져 가서 채점하게 했더니 답을 수정한 학생이 커닝은 하지 않고, 커닝을 한 학생은 채점을 할 때 답을 수정하지 않았다. (자세한 내용은 책을 참고해 주세요.)

    이처럼 사람이 어떤 패턴에 의해 행동한다는 것은 허상이다.

    또, 우리는 평균의 개념에 사로잡혀 ‘정상적인 발달과정’, ‘(어떤 사람과도 맞지 않는)표준 뇌 모델’, (누구에게도 꼭 들어맞지 않는)표준화 치료 요법, 전도유망한 학생을 걸러내는 대입 프로그램, 비범한 재능을 과소평가하는 고용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산업 시대는 기업이나 학교가 수많은 사람을 가려내 표준화하고 적절할 자리에 배치시키는 데 효율적인 방법을 필요로 하던 시기였으니 그럴 만하다.

    하지만 우리 시대는 다르다.

    표준 뇌 모델같은 것이 종합 후 분석해서 나온 결과물이다. 표준 뇌 모델에 들어맞는 사람은 없다.

    그러니 이제는 한 사람씩 분석한 후 그것을 종합해야 한다.

    과거에는 그것을 처리할 기술이 없었지만 이제는 그것이 가능하다.


    개개인성을 이용하고 활용하려면 다음의 3가지 원칙을 기억해야 한다.

    1. 들쭉날쭉성의 원칙 2. 맥락의 원칙 3. 경로의 원칙

    첫번째로 들쭉날쭉성이란, 인간의 복잡한 특성이 다차원적이라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똑똑하다고 하면 그 사람은 여러 방면에서 문제 해결 능력이 높고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일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개인의 재능은 다양하다.

    두번째로 맥락의 원칙이란, 특정 맥락에서 비슷한 행동을 한다고 그게 그 사람을 규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봤을 때 이 사람은 어떠어떠한 사람이야라고 규정하고 싶다면 그것은 당신이 맥락일 가능성이 있다.

    우리가 회사에서와 가정에서가 다르듯이 특정 사람이나 환경에 따라 패턴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세번째 경로의 원칙은 사람마다 속도가 다르다는 것이다.

    점수가 똑같은 두 학생이 있다. 한 명은 분수에 능하고, 한 명은 곱셈에 능하다.

    분수의 진도를 나갈 땐 곱셈을 잘하는 학생이 따라가기 힘들 것이고, 곱셈을 할 땐 분수에 능한 학생이 뒤쳐질 것이다.

    이것에 관한 놀라운 실험이 있는데 표준화된 방식으로 수업을 하는 그룹과 선생님이 자율적으로 수업의 진도를 조절하는 그룹을 비교해 본 결과,

    전자는 학생의 20%만이 학습내용을 모두 이해했고, 후자는 90%가 이해했다.


    우리가 개개인성을 알고 이해하면, 우리 곁을 스치는 모든 사람들이 보석처럼 빛나지 않을까?



      소감

    골턴의 개념은 정말 우리 머릿속에 박혀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사회 시스템 자체가 그렇기 때문이다.
    그 말인즉, 사회가 우리를 우월층과 저능층으로 나누는 구조이고, 우리는 평균 이상에 들지 못하면 괴로워한다.
    다른 책들이 단순히 우리가 우월층에 속하지 못했다고 그래도 괜찮아 위로하는 것이라면(특히 요즘 그런 책이 많은 것 같다),
    이 책은 그런 개념을 송두리째 뿌리 뽑는다.
    내가 아무리 괜찮아, 난 나를 사랑하고,.. 이렇게 생각해봤자 사실에 입각한 평가는 지우기가 힘들다. (난 평균 연봉에도 못 미치네,, 난 성적이 하위권이네,,등등)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모든 사람들이 읽어봤으면 좋겠다.
    또, 적진 않았지만 현실적인 방안도 나와있으니 직원을 뽑으시려는 분도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 전략가, 잡초, 노화의 종말, 10%인간에서도 개개인성에 대해서 나오거나 강조하는 내용이 나왔는데, 좋은 책들에서 반복해서 나오니 내가 그동안 진짜 뭘 모르고 살았구나 싶기도 하고 지금이라도 알게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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