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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쓸신잡 유현준 교수님의 신작 《공간의 미래》 리뷰
    책 리뷰/인문학 2021. 5. 27. 10:30

     

    계기

    사실 나는 알쓸신잡을 안 봐서 판타집개론에서 교수님을 알게 되었다.
    거기서 교수님이 말하시는 게 너무 재밌어서 챙겨보다가 교보문고에서 교수님 신작이 나와 구매했다.



    내용


    제목처럼 책의 내용은 급변하는 시대에 공간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를 다룬다.

    재택근무, 원격수업, 언택트 소비가 늘어나는 요즘, 우리의 도시는 해체될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인가.

    그리고 우리의 공간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에 대한 교수님의 전망을 알 수 있다.

    결과는 하나의 변수로도 많은 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예측보다는 어떤 이유로 그런 결론에 도달했는지 그 과정을 한 번 살펴보도록 하자.


    저자는 시선이 모이는 곳에 권력이 생기고, 시선의 높이 차에서 권력이 생긴다고 했다.

    종교 단체에서는 단상에 선 사람이, 학교에서는 교단에 선 사람이, 강연을 할 때는 강단에 선 사람이 권력을 쥔다.

    왜냐하면 그 자리에 선 사람은 청중의 시간과 공간을 제약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를 하고 원격 수업을 받으면 그러한 권위가 약해지게 된다.

    예를 들어, 많은 사람들이 귀기울여 강연을 듣고 있다면, 대부분의 사람은 강단에 선 사람의 권위를 인정하고 그에 반박하기 힘들다.

    그러나 집에서 혼자 듣는 수업은 자연스레 교권의 약화를 불러온다. 만약 녹화된 강의를 본다면 시간의 제약까지 사라지므로 약화는 심화된다.

    사실 우리는 이미 원격수업과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기술력이 있지만, 상사나 기업들은 부하직원을 감시하기 위해서 오프라인 근무를 해왔다.

    코로나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공간과 권력의 해체가 일어나고 재구성 되고 있다.

    가장 많은 변화가 일어나는 세 곳, 종교, 교육, 노동 분야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날 지 알아보자.


    첫 번째로 종교시설이다.

    엄격한 공간의 제약과(교회에서 이루어져야 함) 시간의 제약(예배 시간이 정해져 있음)으로 시공간을 공유해 공동체 의식을 만들고 권위를 부여했었지만,

    이런 제약이 사라지면서 종교의 권위가 약해졌다. 하지만 종교는 애초에 종교 지도자의 권위를 강화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곳이 아니다.

    많은 부분 종교 지도자의 권위는 자기희생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따라서 코로나는 종교가 본질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저자는 제안한다. 교회는 예배를 드리는 주말을 제외하면 평일에 많은 시간이 빈 공간으로 남게 되는데 우리는 이 공간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만들 수 있다.

    어느 시대든 사회적 약자들은 공간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에 주중에 교회를 일반 시민의 공유 오피스나 자습 공간으로 운영될 수도 있을 것이다.

    교회의 본당같이 거룩하게 구분되어야 할 공간은 유지하고 그 외의 공간들은 위의 방법으로 교회의 문턱을 낮추고 세상으로 적극 다가가는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교육 분야는 애초에 코로나 이전부터 많은 지적을 받아왔다. 때문에 우리는 단순히 현재의 위기에 대처하는 것 이상으로 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할 때이다.

    미래 인류를 위협하는 가장 큰 두가지는 기후 변화와 전염병일 것이다.

    코로나가 진정되더라도 인류는 또 어떤 전염병에 노출될지 모른다.

    전염병이 아니더라도 줄어드는 학생 수와 4차 산업혁명에 맞춰 아이들의 특성이나 개성을 더 잘 살릴 수 있게 다양한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조직이 커질수록 조직을 유지하고 관리하기 위해서 규율이 강조되고 표준화 지침에 많은 사람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전교생 1천 명의 큰 학교는 개개인에 맞는 교육을 하기가 힘들다. 따라서 학교를 잘게 쪼개야 한다.

    그러면 이렇게 큰 학교를 유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운동장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운동장은 100미터 달리기를 할 수 있는 규모가 최소라고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그 정도 크기의 운동장을 배당하려면 1천 명의 전교생이 필요한 것이다.

    만약 학생들을 위한 운동장, 체육관, 도서관을 학교 안 시설에 국한하지 않고 도시의 사회체육시설 등을 이용한다면 굳이 지금 같은 규모의 학교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

    향후 업그레이드된 학교 및 사회 운영 체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부처 간의 수평적인 협업이 필요할 것이다.


    노동 환경은 어떨까? 불필요한 출근을 계속할까?

    우리나라의 근간은 벼농사이다. 벼농사는 밀농사와는 다르게 집단의 협업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래서 밀농사를 주로 하는 서양은 개인주의가 발달하고, 벼농사가 중심이던 동양은 공동체를 우선하는 문화가 생겼다.

    우리나라 직장 역시 그런 벼농사 문화를 기반으로 회식을 하며 공동체 의식을 다진 듯하다.

    회식이나 회의를 할 때 팀 내 분위기를 좋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은 재택 근무시 명확한 업무분담으로 무임승차자로 판별된다.

    자연히 기존에 10명이 필요하던 업무를 7명이 하게 되고, 또 피크타임을 위해 존재하던 사원들의 역할은 프리랜서에게로 돌아갈 것이다.

    52시간 근무, 4대 보험 등의 장치는 안정적인 직장을 만들고 그를 통해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려는 시스템인데,

    재택근무는 공간이 만들었던 정직원 중심의 조직 구조를 해체할 것이고, 조직 구조의 해체는 노동자의 안전망 해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정직원을 중심으로 구성됐던 사회 보호 시스템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시대가 올 것이다.

    또 재택근무를 하며 개인적인 공간에서 근무를 하면 개인이 파편화된다.

    수많은 직원이 와해되지 않고 하나의 회사로 굴러가려면 팀원들의 마음을 모으고 방향을 잡아줄 철학이 필요할 것이다.


    이처럼 코로나로 인해 우리는 집에 있는 시간이 급증했다. 그로 인해 주거 공간의 변화 역시 이루어져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벽식 구조로 공간을 재구성하기가 힘들다.

    바꿀려면 떼려 부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1~2인 가구는 늘어나지만 여러 건축 규제 때문에 아직도 3~4인 가구를 위한 집이 제공되고 있다.

    또 건축 법규 때문에 발코니는 있어도 확장으로 실내 공간이 되어버리고 만다. 시대가 바뀜에 따라 법 개정이 절실하다.

    저자는 다양한 대안을 제시한다.


    그럼 이제 도시의 미래는 어떨까?

    얀 겔의 실험에 의하면 꽃밭을 보며 앉을 수 있는 벤치와 사람을 보며 앉을 수 있는 벤치를 비교한 결과, 사람을 볼 수 있는 벤치에 10배 많은 사람이 앉았다고 한다.

    이는 인간이 다른 인간과 있을 때 안정감을 느끼는 사피엔스만의 본능 때문일 것이다.

    유행에 따르고픈 심리, 핫플레이스에 가보고픈 심리, 도시에 가고 싶은 심리는 더 큰 집단에 소속되려는 본능이다.

    이것 외에도 사람이 모일수록 도시의 경쟁력은 커진다.

    ‘스케일’에 따르면 도시 인구가 2배 증가할 때 특허 출원, 즉 창의성이 2.15배가 되고, 도시 인프라 설치 비용은 1.85배가 늘어나 비용이 절감된다.

    그러나 전염병과 범죄 역시 2.15배로 늘어난다.

    만약 전염병에 잘 대처하는 고밀한 대규모의 도시를 만들 수 있다면, 과거에 그랬듯이 그 도시를 가진 나라가 세계를 리드할 것이다.



    2018년 기준 일자리의 55퍼센트가 사무직이다. 이 중 대다수는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고, 대신 인간이 인간에게 서비스하는 일자리가 살아남거나 늘어날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에게 서비스할 일자리는 주로 사람이 많은 곳에 있고, 따라서 일자리를 구할 사람도 서비스를 받을 사람도 도시에 있을 수 밖에 없다.

    양극화는 점점 심화되고 있고, 이런 경향 속에서 우리가 중요시 할 것은 다른 계층의 사람들이 섞여서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는 소셜믹스가 필요하다.

    이런 공간은 공원이 담당해야 할 것이다. 지상에 공원을 더 많이 만들기 위해서는 자율 주행 지하 물류 터널을 만들 것을 제안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그린벨트 보존과 남북통일을 위한 엣지시티, 국토 균형 발전을 위한 제안, 사회를 위한 여러 정책 등을 제시한다.


    자세한 내용과 뒷 부분은 책을 직접 읽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작가님의 혜안을 엿볼 수 있다.


    소감

    건축가의 시점으로 바라보는 현재와 미래의 모습이 새로운 시야를 선물해 준 책이다.
    사실 읽다보면 자꾸 작가님이 그리는 세계에 살고 싶어진다.
    좀 더 평등하고, 공정한 세상 말이다. (교수님을 국회로,,ㅠㅠ)
    전작 역시 재밌게 읽었는데 확실히 현재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니 더 잘 읽혔다.
    강력히 추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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